키요타카에게는 방해물따위 없었고 그렇기에 언제나 고고하게 높은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
아유무 역시 절대적인 신의 위치에 가까웠지만 이미 완성형이었던 신, 나루미 키요타카의 그림자를 밟으며 자라다보니 패배감이라는 감각을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아유무에게는 운명에 패배했던 이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나 키요타카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감정, 공감 능력 결여.
그렇기 때문에 키요타카는 언제라도 하루빨리 죽기를 바랐다. 이 세상에는 자신을 이해할 만한 사람은 없으며, 자신 역시 세상의 모든 이변과 관련되는 인물들에 대한 고통을 이해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키요타카에게 주어진 자유 의지란 죽음의 시간을 당기는 것 뿐, 그래서 원래는 히즈미를 죽이기 위해 있는 아유무였지만 키요타카는 본인을 제거하기 위한 용도로 아유무를 이용하려 했다. 그래서 어릴적부터 본가에서 데려와 자신의 그림자 아래서 기른 것이다. 이변의 정점에 있는 자신이 하루빨리 죽는것이 자신과 세상이 편해지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그늘 아래서 아유무나, 다른 블레이드 칠드런들이 받는 고통 같은건 키요타카가 느낄만한 감정의 관할이 아니었다. 가장 슬픈건 자신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키요타카가 키스기 히카루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키스기 히카루가 했던 생각들은 모조리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해도 할 말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나 같은 사람이 어째서 태어난건지."
"나는 이상(異常)이고, 이물질이다."
그렇기에 하루빨리 사라지는것이 좋다.
하지만 키스기 히카루가 그랬듯이 내 죽음을 슬퍼해 줄 누군가가 없다는 건 조금 슬픈일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했을 무렵 마도카를 만나게 되었고, 아유무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빠져들게 되었고, 결혼을 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마도카를 향한 키요타카의 마음은 세상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사랑'과는 조금 달랐다. 철저히 자기 중심적이었다.
"미안해, 마도카. 미안해."
마지막 아유무와의 대결을 앞두고, 병실에 있던 마도카에게 남겼던 이 문장은 사실 곧 아유무 손에 죽게 될거라 생각했던 키요타카의 유언이기도 했다.
자신이 떠나고 혼자 남아 슬퍼할 마도카보다 살아있는동안 자신이 받는 고통이 훨씬 더 슬픈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가능한 아주 짧은 유언이었다.
아유무는 달랐다. 자신이 죽더라도 키요타카와 달리 누군가의 고통, 슬픔과 눈물을 이해하고 있었기에 그들에게 자신과 같은 고통을 안겨 주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아유무는 자신 앞에 놓여진 짙은 어둠에도 물러서지 않고, "형을 죽이지 않고 스스로 어둠속으로 들어가는 길"을 택한다.
그것이 그동안 일방적이나마 사랑할 수 있게 해 주었던 "하네오카 마도카"와, 그 사랑을 몰래 접어놓아야만 했던 "나루미 마도카", 자아를 찾을 수 있게 자신을 이끌어주었던 "유이자키 히요노"와, 그 모든것을 부수었지만 버릴 수 없었던 "유이자키 히요노였던 여성"에게 할 수 있는 최대의 보답이었기 때문에.
"고마워, 마도카 누나. 지금까지 좋아하게 해 줘서. 그리고 안녕."
"너만은 적으로도 우리편으로도 만들고 싶지 않다."
"그쪽을 슬프게 하지 않고 끝난 것 같아."
아유무의 선택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을 위해서이다. 마도카를 다시 키요타카 곁에서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한 구실이다. 히요노를 적으로도 자신의 편으로도 만들지 않기 위한 구실이다. 블레이드 칠드런들에게 야이바의 그늘을 제거해 주기 위한 구실이다. 정작 본인의 기쁨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유무는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자신만을 위한 기쁨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다시 태어나는 것이 희망일지 모르지."
아유무는 죽음을 받아들였다.
자신의 절망 가운데서 타인의 희망을 창조해 낸 것이다.
아유무는 키요타카를 죽일 수 있었으나 죽이지 않았다.
그것이 마도카를 위해서일지도 모르겠지만,
한편으로는 그건 모든것을 누렸던 '신'에 대한 아유무 나름대로의 보복이었다.
내가 히즈미를 버릴 수 밖에 없었듯이
남은 생을 외롭고 쓸쓸하게.
누군가에게 온전하게 이해받지 못하고, 그렇게 이 땅에서 천수를 누리고 고통스럽게 살라고.
그걸 알기에 모든 일이 끝나고 키요타카는 권총자살을 도모하지만 실패한다.
키요타카에게는 죽음의 자유가 주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Where is my green door?
키요타카가 그토록 찾고 찾았던 '녹색문'은 아유무에게는 허락되었을지 모르나 키요타카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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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8일부터 썼던 글을 이제서야..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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